대한민국 계란산업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앞뒤 안 가리고 안전성(?)만 앞세운 정부의 정책 남발로 인해 계란산업의 목을 죄고 있는 것이다.
정부 정책이 일선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 종사자들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정책 소통은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상호 의견수렴과 설득과정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정부의 정책은 소통없이는 그 어떤 효과를 얻기 어렵다. 특히 위기 극복이나 개혁을 추진할 경우 소통을 통해 이해당사자를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정책 반영의 성패를 가늠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추진하고 있는 ‘계란안전관리대책’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관련업계는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정책이라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살충제 계란 파동이후 계란농가는 국민들에게 죄인의 심정으로 불미스러운 사태가 조기에 수습되어 안전한 계란이 공급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해 정부에서 추진하는 모든 검사와 규제를 수용하며 정부정책에 적극적인 협조 또한 아끼지 않아 왔다.
더욱이 경제적 손실은 물론 사회적 비난까지 감수하며 계란 파동을 계기로 제대로 된 계란안전관리대책이 마련되기를 고대해 왔다. 그러나 식약처는 계란농가는 물론 산업 종사자들이 기대하던 대책은커녕 계란산업을 오히려 퇴보시키는 악법을 내놨다.
대표적인 악법은 난각에 산란일자표시를 표시토록 하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막대한 손실과 심각한 위협을 가할게 뻔하다. 이 악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산란일자 확인과정에서 심각한 세균오염은 물론 포장재 훼손 등 계란안전을 역행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 뻔하다.
산란일자를 난각에 표기했던 유럽에서 조차도 소비자의 혼란과 유통상의 문제로 산란일자가 아닌 유통기한을 법제화했고 전 세계적으로도 계란은 산란일보다 유통기한을 법제화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야 할 것이다.
또다른 악법은 내년 4월 추진을 앞두고 있는 ‘식용란선별포장업’이다. 이 제도가 곧장 시행된다면 농가는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되고 계란안전에 대한 사각지대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사태가 발생될 수밖에 없다.
그간 양계협회는 식용란선별포장업을 대형화해 유통단계를 축소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러나 식약처는 계란유통상인의 요구에 야합해 안전성 확보도 뒷전이고 유통 구조개선도 부정하는 계란안전성 대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일부 계란유통상인은 농가들에게 식용란선별포장업장 설치를 강요하며 식용란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지 않을 경우 계란유통을 중단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치 않고 있다는 소문을 나돌고 있다. 이대로 가면 농가들은 생업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양계협회는 지금이라도 식약처가 소비자는 물론 생산자에게도 피해만 주는 계란안전관리대책을 철회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는데 중지를 모아주길 간곡하게 요구하고 있다. 일선 현장에 정착할 수 있는 정책을 강요하고 이를 억지 추진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과 농가들만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게 뻔하다.
식약처가 농가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이대로 악법을 강행한다면 결국 농가들은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계란농가를 말살하기 위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강요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밀어붙여 농가들과 갈등을 이어갈 것인지 조금 늦더라도 농가와 소통을 통해 제대로 된 계란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인지는 순전히 식약처의 의지에 달려있다.(농업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