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양계10월호...
독수리밥은 자만할 때 생긴다 이솝우화 한 토막.
<두 마리의 수탉이 살았다. 하지만 두 마리 수탉은 잠자는 시간 외엔 늘 싸운다. 그 집에 함께 사는 모든 암탉을 혼자 거느리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여기 사는 암탉은 모두 내꺼야. 그러니 순순히 얘기할 때 빨리 떠나! 빨리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죽여 버린다." " 웃기네, 한번 붙어볼까" 결국 두 마리 수탉은 암탉들이 보는 앞에서 또 혈전을 벌린다. 하지만 오늘 싸움은 무척 거칠고 치열하다. 물고 물리기를 수십 차례. 싸움은 한나절이나 계속된다. 결국 목털이 다 뽑히고 붉은 벼슬이 심하게 찢어지며 피가 심하게 흐르는 수탉이 심한 부상을 입고 덤불 속으로 도망간다. 그제야 싸움은 끝난다. 싸움에서 이긴 수탉은 구경하던 암탉들의 괴성 속에 몸을 솟구쳐 높다란 담장에 앉는다. 날개를 퍼덕이며 "꼬끼오~여러분, 제가 이겼습니다" 라며 승리에 도취 된다. 그 순간에 하늘을 맴돌던 독수리가 있었다. 쏜살같이 내려와 날카로운 발톱으로 수탉을 채 버린다. 그후 덤불속으로 도망갔던 수탉이 다시 모든 암탉들을 거느리는 왕이 됐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내 어릴 적 기억 속에도 수탉은 대단히 용감한 쌈꾼이다. 웬만한 담장을 차고 박차는 것은 보통이고 닥치는 대로 덤비며 지칠줄 모른다. 수십 되는 암탉을 거느리는 모습은 정말 늠름하기도 한다. 웬만한 강아지도 이런 수탉 앞에선 '깨깨갱'이고 초등학생 일지라도 이런 큰 수탉이 마당에 버티면 무서워 돌아간다. 이런 쌈 수탉을 다루는 직업 탓일까? 양계산책을 하다보면 이곳에는 싸움 잘하는 쌈닭들이 많다. 영역권 때문일까? 치열하게 싸운다. 양계협회와 육계협회. 채란농가와 계란유통상인. 육계생산농가와 계열화업체, 치킨외식업체 등 온통 대결과 갈등, 불신뿐이다. 어찌보면 양계산업 구조가 그렇게 갈등구조로 생겨 먹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양계협회와 계육협회는 농림부 살처분 보상기준 때문에 심한 갈등이 있었다. 또 질병방역비 가지고도 그랬다. 그동안 생산농민을 대표한다는 양계협회가 모든 걸 처리해왔는데 계육협회가 생기면서 이제는 일정부분 계육협회와 나눠야 하는 불만 때문이다. 농림부에서 치킨외식업체를 사단법인화 할 때도 반발이 심했다. 농림부가 생산농민보다 큰 계열화 사업자나 치킨외식업체에 더 많은 관심과 배려를 한다는 불신(?) 때문이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 생각하면 별것도 아니다.
오히려 줄기차게 반목해온 스스로가 창피할 뿐이다. 사실 모두 같은 식구들 아닌가? 얼마나 고마운가? 계열화사업체가 있어서 우리닭의 대량생산과 소비를 가능케 하고 또 치킨외식사업협의회에선 여러 맛을 개발하여 닭날개, 가슴살, 닭다리 등 부위별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천군만마의 존재다. 우리나라 축산물 시장규모는 2002년을 기준해 9조1천억원이다. 그중 양계산물(닭고기, 계란)은 1조5천억원 규모로 16.5%를 점한다. 양돈시장 2조9천억원에 비하면 절반수준이다.
계란과 닭고기의 1인당 소비는 어떤가? 계란의 경우 우리는 200개 가량인데 이웃 일본은 350개에 달한다. 이런 숫자를 접하면 우리 양계인들은 참 속상해 한다. 또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도 한다. 그간 밥그릇 쟁탈전으로 우린 많이 기회를 놓쳤다. 그 과정의 부산물이 불신과 갈등이다. 그러다보니 양계산업의 레이스는 늘 다른 축종에 비해 뒤져왔다. 이런 현상 탓일까?
요즘 반가운 역 움직임이 있다. 함께 가자는 움직임이다. 양계협회 최준구 회장은 요즘 이 일로 부쩍 바쁘다. 계육협회 한형석 회장, 치킨외식산업협회 윤홍근 회장, 계란상인연합회 최홍근 회장 등도 만난다. 만나면서 양계시장을 지금보다 좀더 크게 키울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서로 흉금을 털어 놓는다. 위기의식 때문이다. 언제 다시 지난해 같은 조류인플루엔자가 우리를 강타할지 모른다. 그래서다.
이제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지혜를 모아 우리 양계산업을 크게 키우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 이 일은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일. 수탉 머리위에는 언제나 독수리가 날고 있다. 독수리 밥은 자만할 때 생긴다.
신동헌/협회전무/농업전문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