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인 여름철 보양식은 삼계탕이다.
여름을 건강하게 나려면 사람들은 옛날부터 찜통더위가 시작되는 초여름부터 보통 너댓번 삼계탕을 찾아 먹는다. 지난여름 삼계탕 집은 정말 짭짤한 재미를 본 듯 했다. 가까이에 있는 단골 삼계탕 집을 자주 갔었다. 정말이지 복날 즈음에는 장사진으로 허탕을 친일도 여러번이다.
한동안 삼계탕은 입에도 안 댔다. 아무리 삼계탕이 맛있게 펄펄 끓어도 고집을 폈다. 동료들이 의아해 했지만 취재과정에서 얻은 나쁜 진실 때문이다. 항생제 문제다. 삼계탕 닭은 한달정도 키우는데 혹시 있을 수 있는 질병예방 때문에 아예 밥속에 항생제를 넣어 키운다는 사실이다. 감기예방하려고 매일 항생제를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드니 어디 감히 삼계탕을 즐겨할까?
어릴적 삼계탕은 희열이었다. 약 병아리를 한 마리 잡아서 그속에 찹쌀, 대추, 밤, 잣, 인삼, 황기 등 온갖 약제를 꽉 채워 끊인 삼계탕을 한그릇 해치우면 그 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 그런 삼계탕용 닭이 '백세미'라는 품종에 특수한 이름이라는 것을 안 것도 최근에 일이다. 이름이 너무 예뻐 한 여직원에게 백세미가 뭐냐고 물어봤다. "하얀 닭 아닌가요???" 모르는 수준이 비슷하다.
백세미는 육용 종계 수탉과 산란 암탉이 인공수정이란 과정을 거치면 만들어진다고 한다. 일종의 잡종이랄까? 하지만 맛이나 경제성으로 보면 일반 육용계를 훨씬 앞선다. 일반 육용 닭은 맛이 퍽퍽한데 백세미는 육질이 쫄깃쫄깃해 삼계탕용으로는 제격이라는 설명이다. 맛이 좋다??? 그러면 수요는 증가하게 마련이다. 소비자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백세미는 해마다 증가추세다. 업계에서는 벌써 연간 1억마리에 수요를 예측한다. 그 비중이 25%다. 또 사육비도 차이가 크다. 일반 육용 병아리가 한 마리에 500원이라면 이 백세미는 250원 수준으로 내 놓을 수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백세미 사육농가들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또 양계품목으로는 수출 경쟁력도 유일하다니 어찌했던지 백세미는 우리의 관심대상으로 충분하다. 그래서 백세미가 없으면 삼계탕도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백세미가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11월10일이다. 전국토종닭연합회에서 '백세미 반대' 시위를 벌린 것이다. 그들은 백세미가 "질병의 원천"이라는 주장을 편다. 질병의 원천이라? 그러면 그들에 주장에 귀 기울려 보는게 옳지 아닌가? 양계에서 가장 우선시 해야할 분야가 질병이과 안전성이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아무리 원해도 백세미가 '질병의 원천'으로 우리양계산업에 큰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포기하는게 원칙이다. 지난해 발생한 가금인플루엔자로 인해 우리 양계산업이 붕괴 직전까지 갔었던 사실을 우리 양계인들은 뼈저리게 기억하고 있다. 정부의 발빠른 대책과 양계협회의 적극적인 소비홍보가 없었다면 정말 우리 양계산업은 지금보다 더 큰 어려움 속에서 헤매고 있을지 모른다. 질병하면 양계인들은 자다가도 벌떡 놀란다. 질병전쟁에서 패하면 닭농사는 그날로 끝장이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든지 충돌은 있다.
토종닭연합회의 '백세미 반대'는 일리 있는 항변이다. 백세미가 질병과 함께 갈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소비자가 있는 백세미 시장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올바른 백세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소 종계에 준하는 질병방역 대책이라도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이 문제 해결은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농민도 함께 꾸지람을 받을 각오로 준비를 해야 한다.
2004.11.23 신동헌 농업전문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