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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1-26 00:00
가짜위험 진짜위험(펌글)
 글쓴이 : 조귀봉 (61.♡.143.185)
조회 : 9,158  
한계레 신문에서 퍼온 글입니다. 우리국민 모두가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가짜 위험, 진짜 위험 여느 사람처럼 설 명절 때 고향을 다녀왔다. 물론 차례도 지냈다. 고향이 바닷가여서 집안 사람들은 해산물을 좋아한다. 그래서 기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조개나 홍합이 들어가는 어탕을 많이 올려 왔다. 요즘은 쇠고기가 귀한 음식이 아니지만 살림살이가 넉넉지 못했던 조상님들이 살던 시절에는 이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집안에서는 적어도 차례상에는 어탕과 함께 쇠고기가 들어가는 육탕을 함께 올려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향의 형수가 아예 육탕을 만들지 않았다. 광우병 파동 여파로 조상님들에게 육탕을 올리기가 꺼림칙하다는 것이 내세운 이유였지만 실은 차례를 지낸 뒤 이를 먹는 것이 내키지 않아서였다. 현대 사회는 위험사회다. 5천년 전이나 1천년 전에는 자연 속에 있는 위험이 인간의 생존과 건강에 큰 위협이 됐다. 현대 사회는 이런 자연 속 위험요인에다 문명의 이기와 과학기술의 산물이 지닌 위험요인까지 겹쳐 우리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농약, 내분비계 장애물질(환경호르몬), 핵폭탄, 각종 유해 화학물질 따위 등이 그런 보기들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생활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를 위협하는 요인들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위험요소 가운데 특히 식품 유해요소, 곧 식품 자체의 유해성분과 함께 식품 중 유해첨가물, 식품 중 병원성 미생물 따위는 요즘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래서 조류독감이 유행하면 곧바로 사람들은 오리와 닭 따위를 잘 먹지 않는다. 광우병 파동이 일면 문제가 된 나라에서 들여온 쇠고기뿐만 아니라 그동안 즐겨 먹어 왔던 쇠고기 자체를 잘 먹지 않는다. 이런 행태 변화는 위험요인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해 생명을 지키고 건강한 삶을 지키려는 현대인의 욕구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필요 이상의 민감한 대응은 사회 전체에 증후군을 낳아 이른바 식품 파동을 일으킨다. 최근 20년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주요 식품 파동을 보자. 쇠기름라면 파동, 수입 자몽 알라(농약) 파동, 분유 프탈레이트 파동, 산분해 간장 파동, 비브리오 식중독과 돼지 구제역, 광우병, 조류독감 따위로 인한 축산물 기피 파동 등등 거의 해마다 식품 관련 파동이 생기고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건강과 직결된 식품의 안전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런 태도이다. 하지만 이것이 너무 지나쳐 실제로 식품 자체에 별 문제가 없는데도 그 식품을 기피하는 자세는 그 개인이나 사회 전체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사회에는 위험 인식과 관련해 두 가지 유형의 인간이 있다. 이는 필자가 만들어본 유형이다. 한 유형은 진짜 위험과 가짜 위험을 확실하게 구별한다. 다른 유형은 진짜 위험과 가짜 위험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다. 전자는 과학적 위험 인식 유형이며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많은 사회는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이런 유형의 인간은 돼지콜레라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거나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나 오리를 먹어도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과학적 사실에 바탕해 가축전염병이 돌더라도 평소처럼 이들 축산물을 먹는다. 반면 진짜 위험과 가짜 위험을 구별하지 못하는 유형의 사람들은 방사선(감마선)을 쬔 감자나 양파, 인삼 따위에는 방사능 물질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돼지콜레라에 걸린 돼지고기를 먹거나 조류독감에 걸린 닭·오리를 먹으면 이들 가축전염병에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유전자재조합식품(유전자조작식품)이나 농산물에는 유전자가 들어 있고 일반 식품이나 농산물에는 유전자가 들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이 많으면 이른바 식품 파동이 생긴다. 이런 비과학적인 위험 인식을 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회는 미래로 향해 나아가지 못한다. 한국인 가운데에는 어떤 유형의 위험 인식을 하는 사람이 많을까. 여러분은 어떤 유형의 인간인가. 안종주 보건복지전문기자 jjahn@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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