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AI 확산, 국내 가금산업 위기 일촉즉발
닭·오리 수입금지 장기화… 내년
계란·닭·오리육 수급영향
원종업계, 지역화로 종계수급 불안 해소 정부건의
종축산업 민간에만 맡겼다 큰 낭패… 정부개입
필요
미국 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이하 AI)가 확산일로에 있어 국내 가금업계가 복잡한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본부장
주이석)는 중국, 대만, 캐나다에서 발생했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H5N2가 2014. 12월 미국 서부 오리건주를 시작으로 2015. 4.
5 미네소타를 거쳐 2015년 4월 23일 가금산업의 본고장인 아이오와에서 추가 발생(총 12개주 50개 지역 발생)됨에 따라 미국 전역으로
확산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 고병원성 조류인플엔자가 발생(2014. 12. 18)에 따라 미국산 가금 및 그 생산물에 대해 수입을 금지(2014. 12.
20) 했고, 이번 미국 내 H5N2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에 따라 해당국가 여행객 휴대품 검색 등 국경검역을 강화할 예정이다.
■ 미국발 AI 국내 가금산업 호재 그리고 악재
미국의 AI 확산은 국내 가금업계에 크나큰 기회이자
악재가 되고 있다.
과잉 설비투자(도계장)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사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가금업계는 가격 하락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청정계라는 중소업체가 쓰러질 때만 하더라도 조만간 자금력이 약한 몇 개 업체가 또 문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미국발 AI 발병 그리고 가금육의 수입금지 조치는 단기적으로 닭고기 가격을 상승시키는 호재로 이어졌다.
장기간 가격 하락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중견업체들의 숨통을 트여주게 했고, 4월 이후 본격화 되는 국내산 닭고기 수요 증가가 연초부터
이어지면서 상반기 대부분 예상외의 실적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미국의 AI가 확산되면서 불거지고 있다. 초기 발병후 4개월여가 지났으니 빠르면 5월 늦어도 6월에는 청정국 선언을 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4월 23일 현재 12개주 50개 지역에서 발생하면서 미국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AI 통제까지 장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내 가금산업은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종계와 종오리를 대부분 수입하고 있어, 이들 국가에서 AI가 종식되지 않는다면, 현재는 호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가금산업이 멈춰버리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국내 육용 원종은 미국과 영국, 산란종계도 미국과 독일 등 유럽지역, 종오리는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전량 수입하고 있는데, 미국에 앞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역이 AI 발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 미국과 유럽지역 AI상황이 조기 종식되지 못할 경우 짧게는 1년 뒤 또 2년 뒤에는
농가들이 입식시킬 오리와 병아리가 부족해 질 수밖에 없다.
■ 지역화 문제 전향적 검토하자
현재 국내 가금 GDP농장들은 원종계와 원종오리를 상하반기로 나눠 연
2회 수입을 하고 있다.
현재 AI 확산상황을 고려할 때 상반기 수입은 물 건너 간 상황으로 보통 상반기 수입된 원종오리와 원종계가 1년
뒤 실용계와 실용오리 생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내년 상반기 대규모 국내산 가금육 그리고 계란 수급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진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고자 GDP농장들은 미국과 유럽 이외의 나라에서 원종수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원종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미 판로가 확정된 원종을 들여오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의 경우 미국과 지역화 협상을 새롭게 진행 AI가 발병하지 않은 주에서 원종 수입을 하기 시작해 위기를 넘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이와 관련 우리나라도 지역화 문제를 중국과 같이 풀자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한 육용원종사 관계자는 모 언론사에서 개최한 좌담회에서 미국 내 AI 미 발생지역에서 원종을 들여올 수 있도록 중국과 같이 검역조건을
변경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화 문제의 경우 우리 정부가 수입축산물을 무분별한 유입을 막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고 있고, 또 양돈과 한우, 오리의 경우
지역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성사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 오리산업은 1990년대 초 수요증가에 따라 급격히 성장했으나 중국산 냉동오리가 무분별하게 국내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많은 농가와
업체들이 타격을 입은바 있는데, 이후 1990년대 후반부터 AI가 상시 발생하면서 국내 오리산업이 현재의 위치에 오게 됐다.
중국은 이후 꾸준히 지역화 문제로 국내를 압박했고, 중국과 FTA 협상에서도 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됐으나,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면서 국내 축산업계도 한숨을 돌린바 있다.
■ 축산도 종자주권 세울 때
사실 해외발 AI 발병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이미
2006~2007년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에서 AI가 발병하면서 국내 오리업계와 채란업계가 종오리와 산란종계 수입을 하지 못하면서 발을 동동
구른 적이 있다.
오리업계는 실용오리인 F1을 종오리화 해 종란을 생산하는 편법으로 위기를 넘긴바 있고, 채란업계는 AI가 발병하지 주변국에서 겨우 종계를
수배해 키울 수 있게 됐다.
당시 큰 어려움을 겪었던 당시 국내에서 생산하는 원종과 원종오리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 됐지만, 위기상황이 종료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대규모 투자가 필요로 한 원종육성 프로젝트 필요성은 사라지고 말았다.
유럽의 경우 국내와 같이 통제가 불가능한 철새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파가 되고 있어 AI 상시화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국내 가금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당장 경제성은 없다 하더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로 국내산 원종계와 원종오리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다.
특히 종오리와 종계 부족현상은 국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금분야 종축산업을 수출산업화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참에 가금분야
종축분야의 GSP(골든씨드프로젝트)예산을 전향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국내산 원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내 가금산업은 어쩌면 너무 쉬운 길을 걸어 온것이 아닌가
생각해볼 때가 됐다.
기초가 되는 종축분야에 대한 투자 없이 쉽게 해외에서 종축을 수입해 닭과 오리를 키웠기에 단기간에 외형상의 성장을 할 수가 있었지만,
이러한 위기상황에 대처할 방법이 마련되지 못한 것이다.
국내 가금업계 그중 양계산업은 국내에서 육종한 원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천호인티, 현재 토종닭을 종계를
공급하는 한협 등 몇몇 업체들이 산란 및 육용종계를 육성해 보급했었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이 인수합병 되고 또 계열화되는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종축산업에 대한 투자 대신 수입을 통한 손쉬운 경영을
결정하면서, 국내 품종의 능력은 더 이상 향상되지 못했고, 서서히 국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민간이 주도한 양계분야 종축산업이 계열화과정에서 소멸된 것과 달리, 한우와 젖소, 양돈 등 중대형 가축은 정부와 농협이 공적인 영역에서
역할을 감당하면서 농가들이 종축수급에 대한 고민 없이 축산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됐는데, 이제 가금분야도 민간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공적인
영역에서 어느 정도 관여할 필요가 있다.
한협이 독점 공급하던 재래닭의 경우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육성한 우리맛닭이 보급되면서 국내 재래닭산업을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는데, 육용
및 산란종계 부문도 정부의 역할을 증대해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도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농축유통신문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