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계농가, ‘정부의 와구모 전쟁’ 왜 반발하나
근본 원인은 놔두고 덮기에만 급급
“대체 정부는 와구모가 뭔지 알기는 한답니까? 대책을 세워주고 제재를 가해야지 무작정 농가를 몰아 붙이는게 말이나 됩니까”
최근 모 언론사에서 보도한 ‘살충제 계란’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두고 한 산란계농가가 불만을 토해냈다.
산란계농가에서 닭 진드기 박멸을 위해 닭에게 직접 맹독성 농약을 살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닭 체내에 흡수된 ‘트리클로폰’ 성분이 계란에 잔류할 가능성이 있다는게 모 언론사 보도의 골자다.
이후 계란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자 농축산부는 식약처와 합동으로 산란계농가에 대한 살충제 잔류검사를 실시해 계란에서 해당성분이 검출될 경우 농가에 대한 행정적 제재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같은 정부의 제재 강화 방침에 산란계농가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근본 원인인 와구모 박멸에 대한 대책은 뒷전이고 정부가 ‘농가 죽이기’에만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 산란계농가는 “정부는 항상 문제가 생기면 뒷수습에 급급한 나머지 ‘번갯불에 콩 볶아먹는 식’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며 “이번 대책 역시 정부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농가에게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선 대책, 후 제재’가 아닌 ‘선 제재, 후 대책’인 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비난하며 “정부는 와구모 박멸을 위한 대책을 먼저 수립해 달라”고 역설했다.
# 감염시 산란율 10% 감소…국내 발병률 94% 추정
실제 와구모는 산란계농가 생산성 하락의 주요원인이자, 가금티푸스 등의 질병 전파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11개국에 대한 와구모 실태조사 결과 83%가 와구모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로 인한 손실액이 연간 약 1982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양계 컨설턴트는 국내 와구모 발병률을 94%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양계협회가 전국 양계농가를 대상으로 질병실태에 대한 설문조사 실시 결과에 따르면 와구모에 의한 가금티푸스에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논문에 따르면 와구모 감염시 흡혈로 인한 불안, 스트레스, 빈혈, 쇠약, 깃털 탈락을 유발하고, 산란율 10% 감소 및 폐사율이 1~4% 증가한다.
게다가 생존력이 강해 1년 내내 번식이 가능하고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9개월 동안 생존이 가능하다. 또한 25℃ 환경에서 개체수가 2배로 증가하는데 평균 5.9일이 소요되는 등 폭발적으로 증식할 뿐만 아니라 개체수가 많아지면 활동성이 증가해 구제가 어려운 기생충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한 양계전문가는 “와구모는 온도 25℃, 상대습도 70% 이상일 때 증식이 활발하다”며 “우리나라도 점점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는 추세기 때문에 와구모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다른 양계전문가 역시 “와구모 한 마리가 9주가 지나면 1억 3000마리가 된다”며 “와구모 방제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하는 등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감염 실태 파악 안 돼…관련 국내자료 부족
그러나 박멸 대책은 커녕 와구모에 대한 감염실태 및 내성발생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 양계전문가는 “실태조사는 전남지역 99개 농가 중 63개인 63.6%의 농가가 닭 와구모와 닭 이 등의 외부기생충에 감염돼 있었다는 13년 전 전남대학교 석사논문이 유일하다”며 “용법 및 용량 미확립 제품이 대다수이고 약제 사용프로그램도 없는 등 와구모 관련 국내자료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농가들은 와구모 방제 효과가 뛰어난 살충제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고, 저항성이 발생하다보니 오남용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뒤늦게 농축산부는 닭 진드기용 유효약제 14개 제품을 양계협회 홈페이지에 공개했지만 닭에게 직접 살포할 수 있는 제품이 없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게다가 계사에 살포하는 와구모 방제약품은 가격이 비싸 농가가 사용을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살충제 잔류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 및 천연물질을 활용한 구제제 개발 등이 필요할 것으로 업계관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한편, 정부 관계자는 “시·도에서 표본농가를 선정해 살충제 잔류검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조사단계기 때문에 과태료 부과 등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