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에 대한 이력관리 관련 법률(이하 계란이력제)이 지난 1월 25일 개정·시행됐다. 이를 두고 일선 현장에서는 관리기준이 완화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여전히 이에 대해 대응이 어렵다고 토로하는 목소리도 크다.
표기 정보, 난각 표시로 일원화…관련법 개정·시행
업계 “현장 요구 못미치지만 ‘소통’ 노력 고무적”
농가·규격·날짜별 분류 관리 노동력 소요 등 큰 부담
중소 농가·유통상인 “현실적 대응 어렵다” 하소연
계란이력제 본격 시행
▲ 소규모 농가의 경우 이력제 시행에 따라 반입·반출시 이력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등 업무 부담이 가중됐지만, 인력을 충원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 ‘가축 및 축산물 이력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개정·시행되며 기존 사용 중인 난각표시로 계란이력번호를 대체하며 번호체계가 일원화됐다. 업계서는 이력관리의 간소화에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대응이 어렵다고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다.
▲ 유통 상인의 경우, 수량만 맞춰 납품을 했던 과거와 달리 거래처별로 분류해 작업을 하다보니, 상차시간에 두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현장의 불만이다.
▲ 제법 큰 규모의 유통업체지만, 이력번호별(농장, 날짜, 규격 등에 따라)로 분류해 적재를 하다보니 창고가 부족하다.
계란이력제는 지난 2020년 1월 ‘가금산물이력제’가 시행되며 시작됐다. 가금산물이력제는 닭·오리·계란 등 각 축종의 생산 및 유통과정의 이력정보를 조회가 가능토록 하는 제도다.
특히 계란은 AI 발생 및 지난 2017년 발생한 살충제 계란 파동 등으로 소비자의 안전성 요구 확대에 따라 이력제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포함됐다. 다만 계란 유통단계에 대해서는 현장 적용에 애로사항이 많은 것을 감안, 6개월의 계도기간을 둬 지난 2020년 7월부터 의무 시행됐다.
하지만 시행 당시, 계란 유통현장에서는 취지는 좋지만 이미 시행 중인 제도와 중복되는 부분이 대다수인 것은 물론, 현장 적용에 애로사항이 커 실효성 없이 생산비만 증가시킨다며 관련 법에 대한 개정을 수차례 건의했고, 농식품부가 이러한 현장의 의견들을 일부 수용하며 같은 해 12월 계란 유통업자가 계란 포장지에 별도로 표시하는 계란 이력번호를 계란 난각 표시정보로 변경, 일원화 시키기로 했다. 이와함께 바뀐 계란이력제 시행을 위해 관련 단속은 지난 2021년 말까지 유예키로 했고, 해가 바뀌며 지난 1월 25일 농식품부가 ‘가축 및 축산물 이력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마침내 본격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계란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단속유예기간과 함께 시행규칙 간소화(표시정보 일원화) 등 현장에서 대응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 관계자는 “처음 농가와 유통인들이 요구(이력제 관련)했던 것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당초보다 완화돼 대응이 수월해 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특히 대형마트 등에 납품하는 유통업체들은 마트의 요청으로 관련 법 이행을 기존부터 이행해 오고 있던 만큼 업계의 충격은 비교적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농가들의 경우 기존보다야 이력번호 관리 등 추가된 업무가 늘어 비용 발생 등의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시행 초기처럼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일단 현장에서 새로운 제도를 받아들임에 있어 최소한, 해볼 수는 있는 구조가 됐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며 “고령의 농장주들을 고려해 세부적인 관리방법 등 현장에서 발생 되는 문제점이 파악되면 정부와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농가·고령상인 도태 가속화 우려
하지만 계란이력제 시행과 관련해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육규모가 작은 가족형 농가나, 선별포장없 없이 수집판매업 허가로 운영하는 중·소규모의 재포장 유통상인 등은 여전히 대응에 어려움이 있는 사각지대가 숙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충북에서 6만수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산란계농가는 “부부 둘이서 근근히 농장을 운영해 나가고 있는데 해야 할 일들이 많아져서 걱정”이라면서 “새로운 법 시행에 따라 할일이 많아졌는데 소규모라 사람을 쓰기도 어려운 실정이라 고민”이라고 말했다.
경북지역에서 계란을 생산·선별·유통하고 있는 한 농가도 “계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타 축종 축산물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력제가 도입되다보니 대응이 힘들다”며 “도축 단위로 유통되는 타 축산물과는 달리 계란은 낱개단위로 유통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규격별, 날짜별 등 분류해야 할 경우의 수도 많아 선별포장 과정에서의 전산 및 인력문제로 애로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소규모 농가는 결국 이력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계란 가공 업체 등에 계란을 헐 값에 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시흥의 한 유통상인은 “이력제 시행으로 가장 고충을 겪는 사람들은 중·소규모 유통상인 들이다. 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은 상인들이야 일정 규모 이상이라 대응에 어려움이 없겠지만, 수집판매업 허가만 가지고 차 한 대로 계란을 수거하러 다니는 유통상인들의 경우 대응 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당장 우리 업체의 경우에도 5~10 곳의 농가와 거래를 하고 있는데 농가별, 규격별, 날짜별로 다 이력관리를 따로 해야 하는데 작업을 할 장소도 인원도 시간도 부족하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자신이 필요한 유통물량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대형농장 한 곳에서만 계란을 납품받고, 대형 마트 몇 군데, 혹은 급식납품 등을 주요 판로로 하는 등 거래처를 최대한 단일화 해야 대응이 용이한 구조다. 소규모 농가, 마트의 경우 거래를 기피당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유통상인은 “농장 혹은 선별포장업체에서 이력번호가 표시된 물량을 받았다 쳐도 이를 받아 분리 관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차량내부에 이력번호별 분리 적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할 뿐 아니라, 한다해도 작업시간이 현재보다 3배 이상이 소요된다”라며 “어찌어찌 영업을 하다가도 실수가 발생해 과태료를 내는 일이 비일비재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 관계자는 “대규모 농가와 유통업체는 이력제 관련 대응 능력이 있고, 사실 이들이 취급하는 물량의 비중이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 종사자 수를 놓고 보면 중·소규모의 농가와 유통상인의 수가 수 십배 많은 것이 현실”이라면서 “현재의 이력제는 소규모 농가와 거래 기피현상, 소규모 혹은 고령상인의 도태현상을 가속화 시킨다. 이 같은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농식품부가 제시하지 못한다면 관련 업계와 동조해 강경대응할 계획에 있다”고 말했다.
정부, “현장적응 최대한 배려”
한편, 이같은 현장의 반응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2020년 시행에 들어가 2년간 단속을 유예했었다. 이 기간동안 대다수의 농가와 유통업체들은 사전 준비를 해왔고, 정부는 보다 시행규정을 간소화시킴은 물론 일선 현장에서 이력관리가 PC는 물론 핸드폰 등 모바일로도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일부 농가 및 업체에서 우려하는 것 만큼 이력제 대응이 어렵지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후 현장에서 문제점 등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발견되면 보완해 조기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축산신문 서동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