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닭·오리 ‘월령별’ 마릿수 신고를 ‘주령별’ 신고로 변경하고, 계란 이력번호를 계란 껍데기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방역이 용이하다는 점과 소비자 알권리를 들었는데, 이에 대해 계란 생산농가와 유통인 모두 ‘현장’은 외면한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농식품부, 시행규칙 개정·시행
방역 취약 노계 파악 밝혔지만
“동마다 주령 달라 보고 어렵고
인력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
농림축산식품부는 1월 25일부터 ‘가축 및 축산물 이력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 규칙을 개정, 시행한다고 밝혔다. 우선 닭·오리 월말 사육현황 신고를 기존 월령별 마릿수에서 주령별 마릿수로 변경하겠다는 것이 주요 안이다. 현재 3개월 미만, 3~6개월, 6개월 이상 마릿수 등을 신고토록 돼 있는데 이를 주령별 마릿수로 신고토록 해 방역에 취약한 노계를 파악하기 용이토록 하겠다는 것. 이를 통해 보다 세분화된 계란 생산량 예측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사육현장에선 주령별로 마릿수를 신고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한 산란계 농가는 “농장 각 동마다 주령이 다 다른데 그걸 일일이 보고하기 어렵다”며 “더욱이 지금 산지에선 고령화에다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주령별로 보고하라는 건 현장 여건을 외면하는 정책이다. 왜 이렇게 사육하기 까다로운 제도만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노계가 방역에 취약하다는 것과 관련해서도 또 다른 산란계 농가는 “노계가 방역에 취약하다고 하는데 오히려 한여름 지나고 보면 노계가 더 끄떡없다. 신계는 털이 많아 더위 등에 더 취약하고, 또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왔었는데 신계에서 더 발생이 심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선 결국 주령별 마릿수 신고로의 변경은 계란값을 잡는데 활용할 카드라고 우려한다. 양계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정부가 주령별 산란계 규모를 파악해 계란값이 올라가면 수급 조절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내린 것 아니겠느냐”며 “아직 우리나라 계란 시장은 (노계 위주로 낳는) 큰 알을 많이 찾는 소비행태를 보이는데, 계란값 올랐다고 노계를 도태시키면 계란 소비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계란 이력번호 ‘껍데기 일원화’
산란일자 재고관리 안 되고
생산·유통 정보도 ‘무용지물’
이력관리법 개정을 통해 전환되는 계란 껍데기 표시정보 일원화와 관련해서도 ‘앞뒤가 바뀌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농식품부는 이번 시행 규칙 개정으로 계란 포장지에 별도로 표시하는 계란 이력번호를 계란 껍데기 표시정보로 일원화했다는 점과 소비자가 축산물이력관리시스템이나 축산물이력제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계란 생산·유통 이력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알렸다.
반면 산지와 유통업계에선 계란 표시정보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우선 산란일자 표기의 경우 재고관리가 안 된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양계업계 관계자는 “산란일자를 찍고 난 뒤 계란 재고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계란 한 판이 30개인데, 공산품이 아닌 계란의 경우 한 날짜에 30개를, 그것도 규격에 맞춰 정확히 맞출 수가 있겠느냐”며 “산란일자를 날짜가 아닌 주별로 변경하는 등의 현장 애로사항을 먼저 검토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번 농식품부가 내세운 계란 생산·유통 이력 정보 확인도 무용지물이라고 계란 유통업계에선 분석하고 있다. 기존에 농장명이 박힌 표시제를 영어로 바꾸고, 이를 온라인을 통해 확인하라는 것인데 계란을 사면서 이를 일일이 확인하는 소비자가 몇이냐 되겠냐는 것.
계란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농장명 표시를 한글에서 영어로 바꾸고, 소비자에게 이력관리시스템이나 핸드폰 앱을 통해 확인하라고 하는데, 계란 사면서 그렇게 하는 소비자가 몇 명이나 있느냐”며 “계란에 한글로 표시해놨으면 됐지, 굳이 고령화돼 있는 우리에게 컴퓨터로 입력하라고 하고 소비자가 잘 인지하고 있는 한글은 없애 버렸다”고 지적했다.[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