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축산법 산란계농가 강력 반발
A형 케이지 농가에게는 폭탄
국내 40%…마릿수 급감 예상
시설 기준 ‘방역’ 목적 아니고
살처분 공무원 ‘편익’이 목적
“전형적인 탁상행정” 맹비난
최근 농식품부가 개정한 축산법 시행령에 대해 산란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대로라면 산란업계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점쳐지는 등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제시 되는 부문은 ‘산란계·종계의 적정사육면적 기준 상향’과 ‘케이지 시설기준 신설’ 부문이다.
먼저 산란계·종계를 케이지에 사육할 경우 적정사육면적이 마리당 0.05㎡에서 0.075㎡로 상향조정된다. 신규농장은 오는 9월부터, 기존농장은 7년간 적용이 유예돼 2025년 9월부터 적용된다.
문제는 이같은 기준 적용시 국내 산란업계의 판도가 흔들릴 우려가 크다는데 있다.
적정사육면적이 마리당 0.05㎡에서 0.075㎡로 상향 조정될 경우 산란계 사육마릿수가 대폭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산란계 케이지의 경우 제조업체별 규격이 상이한데, 0.075㎡의 기준에 맞추려면 사육마릿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
직립식 케이지의 경우 제품별로 6~9마리를 수용할 수 있어 1마리를 빼더라도 별 문제가 없지만, A형 케이지의 경우 제품별로 2~3마리만 수용 가능한 까닭에 1마리만 빼더라도 사육마릿수가 적게는 1/3에서 많게는 1/2까지 감소한다는게 이같은 주장의 근간이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 산란계농가의 약 40%가 이같은 A형 케이지를 사용한다는데 있다.
기존농장의 경우 오는 2025년 8월 31일까지 사육면적을 상향해야 하는데, 기존 사육마리수를 유지하기 위해선 케이지를 교체하는 방법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전문가는 “케이지 교체시 건축비를 포함해 마리당 1만5000원~2만원이 소요된다”면서 “5만 마리 기준으로 7억5000만원~10억원이 든다는 계산인데, 이를 부담할 농가가 몇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때문에 재래식 계사를 보유한 소규모농가들의 경우 2025년 이후 대규모 탈락이 우려된다”면서 “전 세계 어디에도 사육면적을 제한하는 나라는 없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신설된 케이지 시설기준에 대한 반대여론도 팽배하다.
이에 따르면 산란계·종계 케이지는 9단 이하로 설치하고, 케이지 사이에 폭 1.2m 이상의 복도를 설치하며, 케이지 3단에서 5단 사이마다 고정식 복도를 설치해야 한다.
신규농장은 오는 9월부터, 기존농장은 15년간 적용이 유예돼 2033년 9월부터 적용되는데, 이 역시 농가의 현실에 맞지 않다는 비난이 높다.
국내 대부분 농장의 복도가 1m 미만이기 때문에 1.2m의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선 기존 케이지를 뜯어내야 한다는게 그 이유다.
케이지 사용연한이 15~20년 이상임을 감안할 때 사용연한이 남았음에도 불구, 미리 교체해야 할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이 경우 설치 가능한 케이지 수가 감소해 이 역시 사육마릿수 감소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장 큰 불만은 케이지 시설기준을 마련한 연유다.
농식품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케이지 시설기준은 ‘방역관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라고 명시돼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방역관리는 ‘살처분’을 지칭한다는 것.
따라서 이같은 기준은 농장의 ‘방역’이 목적이 아닌 살처분시 공무원의 ‘편의’를 위해 마련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란업계는 “개정된 축산법 시행령은 농장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면서 “축산 진흥이 목적이 아닌 축산법은 반드시 폐기되야 한다”고 주장해 귀추가 주목된다. (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