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기록적인 '폭염'...가금류 시장은
폐사 급증에 증체 부진·산란율 저하로 생산량에 영향 미쳐
닭-오리고기·계란 가격 상승세 불가피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가축 피해가 이어져 닭·오리고기, 계란 등 가금 산물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상청은 다음달 초까지 극심한 무더위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향후 닭·오리고기, 계란의 가격 상승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양계협회, 한국오리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국에 첫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10일을 기준으로 26일까지 육계 산지시세는 약 1.5배, 생체오리 가격은 약 1.2배, 계란 가격은 약 1.4배 이상 상승했다.
이번 가격 상승은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의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 증체 부진, 산란율 저하 등 생산량 저하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 닭고기 가격, 폭염 이후 약 1.5배 상승
대한양계협회 조사에 따르면 육계 산지가격은 지난 10일 1300원에서 20일 1900원으로 열흘 사이 46% 이상 상승했다.
최근 지속된 공급 과잉 현상으로 도계 물량은 증가했지만, 폭염으로 인한 증체율 하락에 복철 소비 증가, 대형마트의 소·중닭 중심의 대대적 할인 행사로 인한 조기 출하 증가 등 가격 상승 요인이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6월 일부 계열 업체가 자율적으로 수급조절에 들어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폭염으로 육계의 1일 증체량은 전년 대비 0.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달 하순에는 증체량 부진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심민희 농경연 연구원은 “닭 폐사가 많았다고는 하지만 육계보다는 시설 현대화가 덜 된 토종닭에서 피해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며 “8월 폭염일수가 16일 이상이었던 2016년처럼 올 여름에도 폭염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닭고기 가격의 강세가 8월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토종닭협회에 따르면 토종닭은 더위로 인한 닭고기 소비 증가와 폐사로 지난달 대비 kg당 700원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 폭염 지속되는 동안 계란가격 상승세 전망
계란도 폭염으로 인해 공급량이 하락해 가격이 상승했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이달 첫 폭염특보가 있기 전인 지난 6일의 특란 개당 가격은 67원이었지만 25일엔 91원으로 올랐다. 20여일 사이 35%의 가격 상승이 있었던 것이다.
최근 계란 농가에 가금티푸스가 발생하고 있지만 살충제계란 파동 이후 진드기 살충제를 쓸 수 없어 닭 폐사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또한 폭염으로 산란성이 떨어지고 계란 알 크기가 작아지는 등 생산성이 하락했다.
정세미 농경연 연구원은 “폭염 때문에 이렇게 생산성이 떨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폭염이 지속되는 동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다 폭염이 끝나면 상승폭은 점점 작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오리 증체량 부진으로 큰 오리 부족 현상
한국오리협회에 따르면 3kg 생체오리 가격은 지난 10일 6100원에서 26일 7100원으로 약 16% 상승했다.
오리 도압(도축한 오리)마릿수는 지난해 대비 높은 수준이지만, 더위로 증체율이 떨어져 큰 오리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에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름엔 오리 출하일령을 45일로 보고 있지만 최근엔 47일을 키워도 3.3kg도 되지 않는 오리가 많아 큰 오리 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보통 3.4~3.5kg이 돼야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정세미 농경연 연구원은 “도압마릿수가 많아 5000원 초반까지 예상했는데 현재 7100원까지 올랐다”며 “기상청 예보처럼 실제로 8월 중순까지 폭염이 지속된다면 8월 가격은 7월 평균가보다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5일 9시 기준 전국 13개 시·도에서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총 217만7000마리로, 그 중 닭이 204만2438마리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오리가 10만4868마리, 돼지 9430마리로 뒤를 이었다. (농수축산신문 이문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