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수급 비상… 세계 재고율 올 사상 최저
국내 자급률은 27% 불과
올해 세계 곡물 재고율이 사상 최저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이 27%에 불과해 큰 타격이 우려된다.
2일 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세계곡물 수급·가격 동향'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USDA)는 최근 2008곡물연도(2007년 9월~2008년 8월) 기준 전 세계 쌀·옥수수·밀·보리·귀리 등 곡물재고율(재고량을 소비량으로 나눈 값)이 14.6%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07곡물연도 재고율(16.5%)에 비해 1.9%포인트 낮은 것이고, 1972~73년 '곡물 파동' 당시의 15.4%를 밑도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체 곡물자급률(2006년 기준)은 27%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나마 자급률이 99%와 53%에 이르는 쌀과 보리를 제외한 밀·옥수수·콩류의 자급률은 각각 0.2%, 0.8%, 11.3% 수준으로 식용·사료용 주요 작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곡물 가격이 폭등세를 보이면서 관련 교역수지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곡류 수입액(29억2877만달러)은 전년보다 38.4% 급증했다. 특히 곡물가 상승으로 사료값도 오르면서 농가의 소득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8%가량 오른 축산농가의 사료비는 배합사료의 57%를 차지하는 옥수수 가격 급등에다 해상운임 인상까지 겹쳐 올해 7.4%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돼지고기 수입 증가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면 돼지 가격이 10%가량 떨어진 가운데 사료비까지 7% 오르면 사육농가의 돼지 100㎏당 소득은 3만9300원대로 지난해보다 43% 감소하게 된다. 이에 따라 선물 거래 활성화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정부는 상황에 따라 손실 위험이 큰 만큼 선물 거래 도입을 강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성명환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 계약이나 선물 거래 등을 위한 자금을 정부가 기금 등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관철기자
- 출처 : 경향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