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냥 짬짜미하게 해주세요.'
2년 전 서로 짜고 가격을 정한 사실 등이
드러나 시정명령과 함께 26억여원의 과징금을 물었던 닭고기 업체들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가격 담합에 해당하는 '공동행위' 인가
신청을 냈다. 사료 값이 폭등하면서 채산성은 악화되는데, 일부 농가에서 닭을 '덤핑'으로 내놔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게 이들이
짬짜미 허가 신청을 한 이유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선 시장 경쟁을 해치는 행위더라도 산업합리화, 연구·기술개발, 불황의 극복, 산업구조
조정, 거래조건 합리화,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 등 6가지의 예외적인 경우에는 짬짜미를 할 수 있도록 '공동행위의 예외적 인가제도'를
두고 있다.
인가 신청을 낸 업체는 하림과 마니커, 체리부로,
동우 등 닭고기를 사육·가공·판매하는 15곳이다. 이들은 2006년 말 조류 인플루엔자 재발 뒤 닭값은 떨어지고 사료비는
30~40%씩 치솟아 한 마리당 평균 생산비가 1400원에 육박하는데도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위탁영농을 통해
양계농가에 사료비를 지원하고 닭고기를 납품받아 유통업체나 가맹본부 등에 제품을 판매하는 이들 업체는 시장의 80~85%를 차지하고
있다. 하림의 김대식 홍보과장은 "업체들과 계약을 맺지 않은 15% 정도의 일반 농가와 도계 전문업체들이 출혈 경쟁으로 닭값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거래조건 합리화를 위해 3년간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닭고기 원가 또는 비용을 산출한 뒤
이를 근거로 최종가격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일단 '난색'을 나타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결국 (닭값에) '기준시가'를 정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불황극복'을 이유로 이런 인가를 해준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짬짜미를 인정받았던 전례가 7건 있으나, 이는 모두 공정거래법 시행 초기인 지난 81~82년 중소기업의 이익보호를 이유로
인가된 것들이다. 공정위는 업계와 전문가 견해를 들은 뒤 전원회의에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 출처 : 한계례(2008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