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산란일자 표기 2월 23일 시행···선진국 사례 들여다보니
미·일·EU, 달걀 안전관리 핵심은 ‘저온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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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3일 달걀 산란일자 표기가 시행되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산란일자를 표기하지 않고 있으며 저온유통과 유통기한에 중점을 두고 있다. |
생산·유통·소비단계로 구분
단계별 온도 기준 설정 적용
EU, 난각 손상없게 세척 금지
국내 유통상인 점유율 ‘91.5%’
‘후장기’ 관행 통해 가격도 결정
공공유형 GP센터 등 구축 시급
산란계 산업에서 가장 큰 현안은 산란일자 표기이다. 오는 23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양계농가들은 합리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끝까지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선진국의 달걀 유통관리 사례를 들며 식약처의 달걀 안전관리 대책이 터무니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유통상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현행 산지 거래로 인해 불공정 피해를 입고 있다며 산지유통의 혁신을 주장하고 있다.
▲선진국 달걀 유통관리 사례=양계농가들은 달걀 위생과 안전관리 핵심으로 ‘저온유통’을 꼽고 있다. 신선도 유지는 물론 살모넬라균 증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유통·보관 과정의 온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달걀 유통온도가 모호하게 15℃ 이하로 규정되면서 상온에서 유통되는 달걀이 상당량에 달하는 등 문제가 있다는 게 양계농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국회입법조사로부터 ‘한국과 세계 주요국의 식품 및 축산물 유통과 안전기준 비교 자료’를 제출받아 주요 선진국의 달걀 유통 관리 사례를 최근에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달걀의 생산과 유통, 소비 등 단계별 온도 기준을 설정해 적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산란일자를 표기하는 것이 아닌 유통기한으로 규정해 소비자들에게 구매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산란 후 36시간이 지났거나 선별·포장을 마치고 운송하는 동안 7℃를 유지하고, 소매단계에서는 5℃로 관리한다. 또한 모든 달걀 포장은 라벨을 붙여 냉장 보관한다. 미국에서는 판매기한과 가식기한(가열해 먹을 수 있는 기한)을 각각 30일, 45일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유럽연합(EU)는 우선 난각의 천연 코팅 층인 큐티클이 손상될 수 있는 세척을 금지하고, 냉장란은 0~5℃의 온도를 적용한다. 또한 달걀 포장의 품질 등급과 관련해 특A등급은 산란 후 4일 이내, A등급은 10일 이내, B등급은 28일 이내에 포장이 이뤄져야 한다.
일본은 지난 1999년부터 상미기간 표기를 의무화하고, 21일 이내로 규정했다. 또한 상미기간과 가식기한을 별도로 표기한다. 계절별 온도를 고려해 산란 후 가식기한을 탄력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처럼 선진국들의 달걀 표기 관련 공통점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산란일자 표기가 없고 포장날짜, 판매(상미)기한, 가식 기한 등을 적용하고 있다.
김현권 의원은 “달걀 안전대책이 안전보다는 설전이 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우리나라 달걀 생산 유통 소비의 실상을 제대로 진단하고 외국 사례를 본보기 삼아 합리적이고 안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달걀 산지유통이 문제다=양계농가들은 달걀을 출하하는 과정에서 이변이 없는 한 산지 유통상인 식용란수집판매업체로부터 불공정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통이 매우 선진화 됐다고 하지만 달걀에서만큼은 관행적이고 후진적인 ‘후장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후장기는 출하 당일의 시세가 아닌 한 달 동안 출하 후 정산하는 관행적인 방식으로 유통상인이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나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달걀의 산지유통 실태를 들여다보면 이해가 간다. 우선 달걀 생산현황을 보면 산란계 농가는 약 1000여농가로 집계되고 있다. 이 농가들이 키우는 산란계는 연간 7000만 마리에 달하고 하루 평균 약 4000만개의 달걀이 생산돼 신선란 자급률이 100%를 웃돈다. 때로는 과잉생산도 이뤄진다.
달걀은 산란계농장에서 대부분 1차 거래가 이뤄진다. 산지거래의 주축은 2400여개로 집계되고 있는 산지 유통상인(식용란수집판매업체)이다. 생산자보다 유통상인이 많아 생산자가 협상에서 주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산지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바로 유통상인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17 주요 농산물 유통실태’에 따르면 산지 출하단계에서 GP센터를 포함한 유통상인의 점유율이 무려 91.5%에 달한다. 반면에 생산자가 직접 소매처에 출하하는 비율은 8.5%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산지 거래에서 문제되고 있는 것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달걀 기준가격을 발견하는 상장경매 등 도매시장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양계농가들은 늘 후장기에 끌려다니면서 달걀 출하 수취가격에 대한 불신감이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양계농가들이 지난 2013년부터 2018 년까지 6년 동안 산지의 달걀 유통상인들이 취한 부당 이익이 1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양계농가들은 “양계농가들이 생산한 계란을 걱정 없이 출하할 수 있는 공공유형의 GP센터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며 “이와 병행해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달걀 유통구조와 가격결정 체계를 바로잡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