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폐사 닭 처리, 이대로 좋은가
폐사축 처리 위한 명확한 규정 필요
질병 전파·환경 부담 우려
법적으로 활용 불가능
폐사축 처리기 지원
전국 단위로 확대해야
최근 육계업계를 중심으로 폐사 닭 처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러 요인에 의해 폐사 닭 마릿수는 증가하는 추세지만 현장에선 그에 따른 마땅한 처리 방식과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폐사 닭 처리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고,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불법적으로 땅에 매몰·소각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연간 일반 폐사한 닭은 총 7355만8000마리로 추정된다. 일반 폐사 닭은 AI(조류인플루엔자)나 다른 질병으로 인한 폐사를 제외하고 일상적으로 폐사한 닭을 말한다. 사육마릿수 증가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여름철 점점 강력해지는 무더위도 일반 폐사 닭의 증가세를 부추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폐사 닭을 어떻게 하면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농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다른 폐기물과 달리 동물의 사체인 탓에 쉽게 부패해 처리가 용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폐사축 처리를 두고 여러 법률 규정이 얽혀 있어 농가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닭 사육 농가들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폐사 닭을 불법적으로 소각 또는 매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농가들 사이에서 이런 불법적인 행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 육계 농가는 “하루에 한 두 마리씩 죽은 닭이 나오는데 이 정도 양으로는 업체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며 “특히 여름철엔 몇 시간만 지나도 폐사 닭이 부패하고 벌레가 들끓기 때문에 일정 양이 될 때까지 모아둘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종량제봉투 사용도 여의치 않아
과거 닭 사육 농가들은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닭의 사체를 그대로 땅에 묻거나 퇴비장에서 계분을 발효시킬 때 함께 묻어 발효 처리했다. 개 사료로 급여하거나 개 집단사육장에 사료로 불법 공급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극히 일부는 자체 소각시설에서 처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몰과 자체 시설에서의 소각, 퇴비화 등은 질병 전파와 환경 부담 우려로 인해 현재는 법적으로 활용 불가능한 방법이 됐다. 또한 발효나 개 사료로의 이용은 ‘가축전염예방법’과 시행령에 따라 수의사 검안을 통해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폐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이후 반드시 적합한 처리시설, 운반차량을 통해 처리하는 등 여러 확인 절차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농가가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닌 셈이다.
현재 닭의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폐기물로 분류된다. 폐기물은 하루 평균 300kg 이상인 경우 사업장폐기물, 이하인 경우 생활폐기물로 분류된다. 보통 닭 사육 농가의 폐사율은 1~2%에 불과한데, 중소규모의 농가에선 폐사 닭이 매일 300kg을 넘기기 어려워 생활폐기물로 분류·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생활폐기물의 처리방식은 지자체에 위임된 사항으로 지자체마다 폐기물 종량제봉투의 사용 또는 처리업체 등을 통한 처리 방식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폐사 닭의 마릿수가 적은 경우 처리업체를 통한 처리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종량제봉투를 사용할 경우에는 뼈와 살을 따로 분리 배출해야 하고 렌더링을 한다고 해도 부패 문제가 남는다.
폐사축 처리기 지원 요청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농장 내에서 바로 고온·고압·분쇄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계들을 설치하기도 한다. 이러한 폐사축 처리기를 사용하고 있는 농가들은 폐사 닭의 손쉬운 처리와 처리 후 남은 사체들을 비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고 있다.
안한욱 마니커농가협의회장은 “폐사축 처리기를 사용하며 가장 좋은 점은 혹시 모를 병원균의 외부 전파 없이 농장 내에서 자체 처리 가능하다는 점이다”며 “단시간에 폐사 닭이 가루로 만들어 지는데, 바로 땅에 뿌려 퇴비로 써도 문제가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한국육계협회도 폐사축 처리기의 지원을 전국 단위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상근 육계협회장은 “일부 지자체에서 폐사축 처리기 설치를 지원하고 있지만 예산이 한정적이라 애로점이 많다”며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폐사축을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법적 모호함은 남아 있다. 현재 비료관리법상 가축 사체를 업체가 비료화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있으며, 농가가 비료화한 이후 자가 농지에 활용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따라서 농가들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적절하게 폐사축을 처리할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의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농수축산신문 이문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