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덤핑 판매 뿌리 뽑아야”
유통상인, 소매점엔 싸게 팔고 농가에 추가 할인 요구 ‘악습’
공급 과잉 탓 거절 쉽지 않아 ‘사후정산’ 후장기거래도 문제
양계협회 “반드시 중단해야”
달걀 덤핑 판매가 공공연히 일어나 산란계농가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유통상인들이 달걀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한 뒤 농가에 추가 할인(DC)을 요구하는 일명 ‘예측 판매’ 악습이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예컨대 유통상인들이 달걀을 한개당 100원에 공급받는 소매점에 90원이라는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거래처를 가로채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덤핑 판매는 몇군데서만 발생해도 달걀 시세가 원래 ‘한개당 90원’인 것처럼 인식되는 등 달걀가격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덤핑 판매라는 악습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달걀 생산량 증가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하루 평균 달걀생산량은 4640만개로, 평년의 같은 기간 대비 12.4%나 늘었다.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어 상인들이 덤핑 판매 후 추가 할인을 요구해도 거부하기 쉽지 않다는 게 농가들의 하소연이다.
후장기거래라는 독특한 달걀 유통방식도 요인으로 지목된다. 후장기거래는 유통상인들이 사전에 결정된 가격에 달걀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달걀을 판매한 후 판매대금을 정산하는 거래방식이다. 유통상인으로서는 덤핑 판매를 해도 손해를 보지 않고, 산란계농가들만 덤핑 판매로 인한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산란계농가들은 “상인들이 덤핑가격으로 달걀을 판매하고서 농가에 추가 할인을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시세 조작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경기 평택의 한 산란계농가는 “달걀값이 한개당 83원으로 통계청의 생산원가(95원)에도 못 미친다”며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덤핑 판매까지 자행돼 산란계농가들이 고사할 지경”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대한양계협회도 최근 성명서를 통해 유통상인들의 덤핑 판매와 후장기거래 악습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양계협회는 “유통상인들의 불공정거래 횡포가 도를 넘어 산란계농가를 도산으로 몰고 있다”며 “덤핑 판매와 후장기거래 악습을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회원농가들에게 추가 할인을 요구하는 유통상인들을 신고해달라는 문자를 보낸 데 이어 악습을 일삼는 유통상인들을 찾아내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농민신문 박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