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방역, ‘역학·위험도’로 바꾸자
질병관리등급 8년째 말만
예방적 살처분 ‘무리’ 입증
지자체 능력 등 다각 대응
살리는 방역으로 전환 필요
‘가축전염병 대응 토론회’
과도한 예방적 살처분 범위에 따른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방안으로 기존 ‘거리방역’을 ‘역학방역’‘위험도방역’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19일 개최된 ‘가축전염병 대응 개선 방향과 과제’ 국회토론회에서는 현 살처분 범위 거리기준을 역학·위험도 등을 고려해 조정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날 이근행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장은 “외국의 경우 살처분은 발생농장에 한하며 예방적 살처분은 역학정보에 따른다. 네덜란드의 경우 통제, 고립이 가능한 지역 단위로 권역 구분하고 발생 여부에 따라 구분 방역한다”며 “우리나라도 야생조류와 가금사육 입지, 환경 등 역학정보에 따른 방역대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질병관리등급제는 이미 2013년에 법률에 포함돼 중앙이나 지방정부가 농장이나 마을 단위로 가축질병 관리수준 등급을 부여할 수 있도록 했지만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검토 중에 있다”면서 “농식품부는 질병관리등급을 거론만 하지 말고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함태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가축전염병 발생시 기계적으로 예방적 살처분을 명할 것이 아니라 지리적 특성, 대상 농가의 격리·고립 정도, 역학조사 결과, 해당지자체의 방역체계 및 대응능력, 동물복지·유기축산 인증농장 여부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은 고려기준 등을 대통령령에서 구체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유재호 산안마을 대표 역시 가축 방역정책은 ‘죽이는 방역’이 아닌 ‘살리는 방역’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며 농가별 전염병 대응력을 고려해 살처분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재호 대표는 “거리기준만으로 3km 내 농가들을 공동운명체로 묶어버린 예방적 살처분 범위 설정은 농가의 방역의식을 저하시킬 수 있다”면서 “지형적 요건, 교차오염 가능성, 사육방식, 방역대응력 등 농가별 정보를 취합한 위험도 평가정보가 있다면 질병 발생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두영 양계협회 채란위원장과 김현지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실장도 이에 공감했다.
안두영 채란위원장은 “정부의 방역정책에 따라 발생농장과 아무 연관 관계가 없는 농장과 방역을 잘 하고 있는 농가까지 모두 살처분됐다”며 “외국의 경우도 살처분 범위를 최소화하거나 발생농장과 역학관계에 있는 농장 기준으로 살처분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현지 정책실장은 “2020~2021 고병원성 AI 살처분 농가는 발생농가 22%, 예방적 살처분 농가가 78%에 달한다”며 “위험도 평가 등을 통해 살처분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근거 규정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기성 농식품부 AI 방역과장은 “농장별 방역수준, 입지, 주변 여건 등을 바탕으로 등급을 부여하는 질병관리등급제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우수농가에 대해선 예방적 살처분을 제외하거나 면제하는 방안에 대해 내부 논의 중”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