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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2-17 09:22
양계 농민들은 왜 식약처 정문을 뜯어버렸나
 글쓴이 : 대한양계협…
조회 : 3,471  

양계 농민들은 왜 식약처 정문을 뜯어버렸나

"계란 산란일자 표기는 탁상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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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없는 산란일자 난각 표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

지난 13일 오후 충북 청주시 식품의약품안전처 정문이 와지끈 부서졌다. 양계협회 농민 수십명이 식약처장 면담을 요구하며 문에 매달려 밀자 이들의 힘에 밀린 철문이 뜯긴 것이다. ‘계란 산란일자 표기 반대 집회’에 참석한 농민 1500여명은 왜 계란 산란일자 표기에 반대하며 식약처 정문까지 뜯어버린 것일까. 
지난 13일 충북 청주시 식품의약품안전처 앞에서 열린 계란 산란일자 표기 반대 집회’에 참석한 양계 농가 농민들에 밀려 식약처 정문이 뜯겨 나갔다. 연합뉴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등장한 전 세계 최초 난각 산란 일자·사육환경 표기

지난해 여름 전 세계는 살충제 성분이 계란에서 검출되면서 ‘살충제 계란’ 파동을 겪었다. 지난해 8월 네덜란드와 벨기에 당국이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일부 계란에서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파문이 시작됐다. 피프로닐은 가축에 기생하는 벼룩이나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는 데 쓰이는 살충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피프로닐을 맹독성 물질로 분류했다. 인체에 일정 기간 많이 흡수되면 간·갑상샘·신장을 손상시킨다.

국내에서도 같은 달 일부 양계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에서 피프로닐과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이 검출되면서 살충제 계란 파동이 확산됐다. 살충제 계란이 확인된 농가가 6곳으로 확대되자 정부는 모든 농가의 계란 출하를 전격 중단하고 3000마리 이상의 산란계를 키우는 농가에 대한 전수검사에 들어갔다. 전수검사 결과 61개 농장의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전체 농가 중 4%에 달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식품안전관리 개선 TF를 구성, 4대 분야 20개 과제를 선정해 개선책을 마련했다. 과도한 살충제 사용의 원인이 된 사육환경 개선부터 유통 과정 간소화, 생산자 정보 제공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양계농가의 반발을 부른 난각 산란 일자·사육환경 표기는 정부가 6자리 표시를 10자리로 늘리면서 시작됐다. 그동안 시·도 구분과 농장명만이 계란 껍데기에 표기됐다. 정부는 지난 9월 ‘축산물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해 계란 산란일(4자리)과 사육환경 번호를 추가해 10자리로 확대 표기할 것을 의무화, 내년 2월 23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산란 일자를 의무 표시하는 국가는 없으며 우리나라가 전 세계 최초 시행”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지난 13일 충북 청주시 식품의약품안전처 앞에서 열린 계란 산란일자 표기 반대 집회’에 참석한 양계농가 농민 1500여명이 계란판을 쌓아두고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표기하려면 계란 선별시스템 뜯어 바꿔야… 최대 10억원 비용 소요

식약처의 개정 고시 후 양계농장들은 “표기를 바꾸려면 계란 선별시스템을 모두 바꿔야 한다”며 “투입 비용 대비 안전성 개선 효과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6자리 난각 코드는 계란을 세로로 세운 상태에서 윗부분이 인쇄된다. 그러나 10자리로 바뀌면 계란을 가로로 눕힌 뒤 옆면에 인쇄해야 해 기존의 계란 선별기를 가로로 인쇄하는 시스템으로 교체해야 한다. 정부는 개별 농가가 부담해야 할 일이라며 농가의 계란 선별기 교체에 따른 보조금 지원은 예산으로 책정하지 않았다. 농가당 계란 선별시스템을 교체하는 비용은 농장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5억원에서 10억원까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모든 계란 생산 농가에서 선별기를 교체할 경우 1조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는 분석도 나왔다. 농가 부담을 덜면서 안전한 계란 유통을 위해 광역형 계란유통센터 확대가 대안으로 꼽히고 있지만 농가 수요보다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올해부터 계란유통센터 확대를 추진해 2곳을 증축하고 2곳을 새로 만들었다.

◆문제는 냉장유통…“상온·냉장유통 동시에 허용하는 이상한 계란 유통 기준”

안전한 계란 유통을 위해서는 산란일자 표기보다는 ‘냉장 유통’ 의무화가 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계란 안전대책 토론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냉장육과 계란은 유통 시설과 유통과정의 온도가 유통기한을 좌우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유통기한은 업체 자율에 맡기지만 유통온도를 통제하는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습도 80%에서 3∼5℃의 온도 저온 보관되는 계란은 최대 5주까지 보관할 수 있다. 이어 김 의원은 “미국(7℃ 이하), 캐나다(4℃ 이하), 일본(8℃ 이하)은 유통온도 10℃ 이하로 통제하지만 우리나라만 (15℃ 이하) 유통온도가 지나치게 높다”며 “식약처는 상온유통과 냉장유통을 동시에 허용하는 이상한 계란 유통 기준을 방치하면서 세계 초유의 산란일지 표시와 계란 선별포장업 허가를 내세워 불필요한 비용을 농가에 강요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식중독을 유발하는 살모넬라균·대장균, 익히지 않은 육류나 살균하지 않은 우유에서 발견되는 리스테리아균은 상온에서 증식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에 따른 박테리아나 병원균의 발생 정도를 연구한 미국 농림부의 병원균 예측 프로그램(Pathogen Modeling Program)에 따르면 5일이 지났을 때 살모넬라의 경우 10℃에서 3일 지날 경우 3CFU/㎖로 미비하게 증식됐다. 반면 15℃에서는 동일 시간에 3만1000CFU/㎖로 증식되었고, 20℃에서는 5억6000만CFU/㎖로 급격히 증식됐다. 한국소비자원은 “0∼10℃로 지정된 법정 냉장유통 온도의 기준을 유제품부터 5℃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 회장은 “현행 포장지에 유통기한을 표기하는 방법으로 충분히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계란 산란일자 표기는 탁상행정”이라며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광역형 계란유통센터가 건립되고 인프라가 구축된 뒤 식용 계란 유통시스템을 정비해야 한”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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