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모르는 식약처 "계란에 날짜 찍어라"…농식품부는 '뒷짐'
'계란산란일자 표기' 축산농가 현실 모르는 '탁상행정'
식약처는 사후관리만, 생산유통은 농식품부 '칸막이'
|
대한양계협회 등 양계 농민들이 13일충북 청주시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 앞에서 열린 산란 일자 표기 반대 집회 중 식약처 정문 철문을 넘어뜨리고 계란을 투척했다. 2018.12.13/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
정부부처의 이름에 '식품'이라는 낱말이 들어간 곳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다. 우리나라 어떤 부처도 이런 명칭 중복 사례는 없다. 정부부처의 이름은 부처의 핵심 업무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명칭이 겹친다는 것은 업무도 겹친다는 의미다. '알력'을 피할 수 없다.
먹거리 문제를 다루는 '식품안전' 업무가 이들 두개 부처로 나뉘어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16일 식품 및 축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식품 안전을 둘러싼 식약처와 농식품부 사이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대한양계협회 소속 양계농가 농민 1500여명이 청주시 식품의약품안전처 앞으로 몰려가 과격 시위를 벌인 것도 그 연장선이다.
정부가 내년 2월 시행하는 '계란산란일자 표기'에 반대하기 위한 이날 시위는 식약처 정문이 부서졌을 만큼 격한 양상을 보였다.
'계란산란일자 표기'는 지난해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나온 대책으로 계란 껍질에 사육환경과 산란일자 표기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농가에서는 현행 포장지에 유통기한을 표기하는 방법으로 충분히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계란산란일자 표기' 제도가 농식품부와 식약처간 '엇박자'가 빚어낸 실효성 없는 제도라며 비판하고 있다.
식약처의 업무가 사후관리에 집중돼 있다 보니 축산물 생산 현장의 사정을 알지 못하고 섣부른 정책을 확정해 버렸다는 주장이다.
농식품부가 파악하고 있는 축산물 생산단계에서 문제점이 식약처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식품의 생산단계에서 국민의 식탁까지 이르는 과정을 식약처와 농식품부가 쪼개서 맡고 있다. 식품 생산관리는 농식품부, 유통·소비 관리는 식약처 업무다
지난해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도 이런 문제는 계속 제기됐다. 살충제 성분이 함유된 계란이 이미 유통 중이었지만 해당 계란에 대한 정보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졌다. 양 부처가 정보 공개의 범위를 놓고 불협화음을 내면서 소비자 불안만 가중시킨 셈이다.
국회에서도 축산물 안전관리업무 일원화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일원화 주체를 농식품부로 하는 법안과 식약처로 하는 법안이 각각 발의돼 있는 상태다. 다만 농가에서는 생산현장과 보다 밀접한 농식품부로 업무를 일원화해 사전 예방 기능을 제고하는 것이 보다 정책적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는 주장이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이원화된 축산물 안전관리 업무의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며 "부처간 불통으로 농가 피해와 소비자 우려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news1 박기락 기자)